내 안의 나, 꿈의 단어들을 상상해요 2025. 4.16 - 6.15
이지현 & 김숙경 초대전
안상철미술관의 2025년 첫 전시 주자인 김숙경 작가와 이지현 작가는 모두 한국화를 전공한 중견 여성 화가로, 전통 기법을 현대적 소재에 접목해 각자의 시각으로 개성 있는 화풍을 확립했다. ‘내 안의 나’라는 전시 제목은 현대인의 일상과 자아실현의 욕구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진정한 나를 찾는다는 의미가 있다. 관습이나 사회에서 부여한 역할에 의해 부지불식간에 형성된 나를 돌아보고 본질적인 자아와 마주하려는 시도이다.
■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본 ‘내 안의 나’
김숙경 작가는 전통 한국화의 재료인 분채를 사용해 여성 인물을 주로 그린다. 작품에는 여성과 함께 다양한 꽃과 새, 나비, 실타래, 인형, 거울, 그릇 등 전통적으로 여성과 결부된 모티프가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사물은 인물의 장식으로서 여성의 아름다움을 강조할 뿐 아니라 상징적 의미를 전달한다. 이를테면 꽃은 생명력을, 새와 나비는 자유로운 비상을, 실타래는 끊임없이 계속되는 삶을 비유한다. 작가는 기존의 사회적 코드를 변환시켜 재코드화(re-code)하고자 한다. 전통적 상징과 기법을 수용하되 독자적인 코드를 만들어 세계와 소통하려는 것이다.
■ 대중문화 이미지로 건네는 유쾌한 위로
이지현 작가는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이용해 현대의 트렌드와 개인의 욕망 사이의 접점을 탐색한다. 아톰이나 미키마우스처럼 친숙한 만화영화의 주인공을 불러와 새로운 맥락에 놓기도 하고 최근의 문화상품인 베어브릭 이미지를 전통적 채색화 기법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베어브릭은 귀여운 곰의 얼굴과 블록 모양의 몸을 가진 수집용 장난감으로 오늘날의 키덜트 문화를 대표한다. 키덜트(kidult)란 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로, 성인이 돼서도 어린아이의 감성을 유지하고 어린 시절의 놀이나 문화를 즐기는 사람을 뜻한다.
■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꿈의 단어들
김숙경과 이지현은 모두 일상의 삶에 기반들 두고 현실에서 이탈한 가상의 세계를 그린다. 기억 속의 어린 시절, 만화나 동화 속 세계, 온갖 의무에서 벗어난 유토피아, 진정한 자아를 실현할 이상향과 같은 곳이다. 두 작가가 발견한 예술 언어는 문화적 코드들을 재해석해 스스로 만들어낸 꿈의 단어들이다. 자기만의 언어로 현실과 가상,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 나선다. 그들의 이야기는 조용하지만 밝고 경쾌하다. 따뜻한 시선으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며 편안함과 위로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