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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희 초대전《점・선-감각》
2026. 8. 26 ~ 2026. 9. 27

안상철미술관은 장르의 경계를 넘어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해온 중견 화가 차명희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자연을 기반으로 풍경의 시각적 요소뿐 아니라 촉각이나 청각처럼 보이지 않는 감각을 구현한 작가의 예술세계를 집약한다.

▶ “자연은 오감 모두에 대응한다”
“풍경화는 자연을 시각이라는 창구(窓口)로 분할해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차명희는 자연을 시각만으로 분할하지 않고 5감이라는 모든 감각에 대응하는 것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욕구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연의 형태뿐만 아니라 자연의 소리를, 물의 흐름을, 바람의 느낌을 파악하고자 한다.” — 나가하라 유스게, 차명희 개인전 서문 「차명희의 풍경화」에서

미술비평가들은 차명희가 추구해 온 40여 년의 여정을 ‘시각적 한계를 뛰어넘어 온몸의 감각을 확장하는 수행’으로 정의한다. 작가에게 자연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대상이 아니라, 청각과 촉각을 통해 내면으로 스며드는 거대하고 담담한 에너지다.

▶ 자연의 숨결을 포착하는 선의 감각
차명희의 화면은 온통 선(線)과 점(點)이 지배한다. 그 선은 정형화된 선이 아니다. 숲을 뒤흔드는 바람의 호흡이자 대지를 흐르는 물의 궤적이다. 화면 위를 거침없이 가로지르고 굽이치는 선들은 폭발적인 에너지와 속도감을 뿜어낸다. 타악기의 연주처럼 탁탁 끊어지는 점들과 음률처럼 굽이치는 선들은 대자연의 원초적인 생명력과 역동성을 환기시킨다.

▶ 재료의 충돌에서 피어나는 동양 정신
작가의 독창성은 재료를 다루는 연금술적 방식에서도 엿볼 수 있다. 캔버스에 어두운 바탕재를 칠한 다음 그 위에 아크릴 물감을 붓고 완전히 마르기 전에 재빨리 목탄으로 그어 내린다. 축축한 바탕과 건조한 목탄 입자가 마찰하며 번짐과 엉김의 효과가 발생한다. 기다림 끝에 최적의 순간을 포착하여 극적으로 물질성과 회화성을 획득한다. 서양화의 재료를 사용하면서도 동양화의 골법용필(骨法用筆)을 연상시키는 이 수행적 과정은 물질의 표면을 넘어 우주의 섭리와 생명의 순환을 담아내는 깊은 정신성의 세계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 점과 선이 직조해 낸 화면의 공간성
작가는 작품에서 공간성을 특히 중요시한다. 공간은 점이나 선 사이의 거리이자 여백이다. 그 공간은 아무것도 없는 무(無)가 아니라, 산수화 같은 데서 볼 수 있는 깊이감을 내포한다. 보이지 않아도 대지의 기운이 흘러넘치며 사물 사이의 간격이 있어 상생할 수 있는 곳이다. 작가에게 자연은 굳이 찾아가거나 정복할 대상이 아니라 어디서나 일상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자연의 흐름은 곧 삶의 흐름이다.

▶ 의지와 감각을 통합한 사유의 자세
회색조의 화면에서 꿈틀대는 점, 선, 흔적들이 자연의 형태와 소리와 감촉을 느끼게 한다. 작품에는 먼저 화가의 의도와 계획이 있고 작업 과정에서 우연과 무의식이 작용한다. 어떻게 하면 철저히 자신을 비워내고 순수한 감각을 일깨울 수 있을까. 작가는 그 또한 자연에 맡기면서 이성과 오감이 교차하는 통합적 사유의 자세를 추구한다. 긴장과 이완, 절제와 자유가 통합된 차명희의 명상적 추상은 관람자의 내면에 경이로운 울림으로 다가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