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두 작품론
< 밤길 > 홀로 걷는 인생의 여로
박은영(미술사가, 안상철미술관)
안상철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붓으로 지은 집》 전시에 김선두 작가는 < 밤길 > 연작 3점을 출품했다. 하늘과 땅이 온통 파란색인 풍경에 보름달이 떠 있고 그 아래 시골길을 한 사람이 걸어간다. 이 연작은 작 가의 40년 화력이 집중된 최근 작품으로, 그림 속 모티프를 하나씩 탐색하면 과거 작품으로 거슬러 올라 가 작가의 전반적인 작품세계를 파악할 수 있다.
‘달밤’이라는 소재는 데뷔작인 1984년의 < 휴월(虧月: 이지러진 달) >에서 이미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 작 품은 늦은 밤 도시의 뒷골목 포장마차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묘사한다. 서민의 일상이 적나라하게 펼쳐지 는 뒷골목은 서울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장소다. 어둠 속에 엷은 빛이 스며들어 포장마차와 사람들의 윤곽 을 밝혀 준다. 이지러진 달이 불완전하나마 사람들의 일상에 빛과 희망과 위로를 준다. 이지러진 것은 달 뿐만이 아니라 고달프게 살아가는 소시민의 삶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의 삶에서 도시의 생명력이 나온 다. 사소한 일상에 애환이 스며있고 낭만이 피어난다.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중학생 때 서울로 올라온 김선두는 극심한 방황의 시기를 보내며 자의식을 형성하 게 된다. 작품 < 외길 >(1985)은 대학입시를 위해 재수하던 때를 상상해 그린 자화상이다. 빨간 바지를 입 은 소년 곡예사가 외줄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 줄은 스스로 선택한 화가의 길이다. 버티기 어렵지만 무지개 우산을 펴들고 희망을 잃지 않는다. 작가는 서커스의 광대나 일터의 노 동자처럼 자기 일에 집중하는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일상적 노동에 깃든 기운생동의 에너지가 화가의 필촉에서 새롭게 태어난다.(...)